1.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저는 무언가를 뜨겁게 좋아해 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미지근하게 좋아하는 것들은 많이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뜨거움을 갖지 못한 제가 마음에 걸렸는데, 한 친구가 그냥 제 온도가 미지근한 것뿐이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우선 저는 자연을 좋아합니다. 초록 초록한 나무, 여러 색깔의 꽃들, 새파란 하늘과 몽글몽글한 구름, 꼭 그림 같은 노을, 별이 콕콕 박힌 밤하늘,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갖고 있는 달, 파랗고 빨갛고 까맣던 어떤 시간대의 바다… 봄에는 특히 벚꽃을, 여름엔 초록 초록한 나뭇잎과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을, 겨울엔 눈을. 제가 언젠가부터 이런 것들을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운명처럼 당연한 것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저는 인디를 좋아합니다. 아티스트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티스트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이 참 좋아요. 원래는 노래를 잘 듣지 않았고, 가끔 노래를 듣더라도 유명한 노래나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인디 장르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인디 노래는 뭐랄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다른 사람들도 힘들곤 하다는 것, 나만 우울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소중한 인디 가수를 찾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답니다. 이것들 말고도 많지만 다 쓰기엔 너무너무 길어질 테니 한 가지만 더 소개할게요. 저는 감성적인 것들을 좋아합니다. 무척 주관적인 것이지만요! 이를테면 예쁜 옷을 차려입고 예쁜 카페에 가서 보기에도, 실제로도 맛있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일이라든가 서점이나 LP바 같은 곳에 방문해서 그 공간을 느끼는 일과 같은 것들을요. 감성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보고, 하는 일들은 저를 행복하고 따듯하고 흐물흐물하게 만듭니다. 가끔 좋아함이라는 느낌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일부러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손 가는 대로 써보곤 하는데요.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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