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저는 취미 부자였구나 싶네요. 저는 엄청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축구, 탁구, 족구, 볼링, 당구, 수영 등 대부분 스포츠를 하는 것, 보는 것 다 좋아합니다(헬스는 싫어요). 또 드럼 연주도 참 재밌어서 배우고 있고 간간이 친구들이랑 보드게임도 하러 다니는데, 이런 것들이 삶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은 독서와 대화입니다. 책은 주로 인문학 위주로 읽는데요,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도 그 책을 읽는 기간 동안 그 책에 영향을 받는 느낌이 좋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열리고 늘 똑같던 일상이 다르게 보이는데, 이런 변화들이 축적돼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며 어느 순간 새로운 더 나은 '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들이랑 카페 가서 대화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진솔한 경험을 나누며 진중한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상적인 일상 사건 이야기를 넘어서 그것에 대한 더 개인적인 느낌과 의미를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언제 어떻게 상처받게 될지 모르는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만, 저는 서로 방어막을 걷고 취약함을 보이며 안전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더 깊은 관계가 맺어지고 관계 속의 접촉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다 담지는 못하겠지만, 그 외에도 과학, 철학, 종교, 사회 문제 등 주제로 고민하고 글쓰고 대화하고 이런 것도 좋아합니다:)
2. 기억에 남는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이 질문은 어디서 꼭 한 번 듣게 되는 질문인데요.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처음 떠오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가족들과 수료식에서 만났던 순간입니다. 당시 악명이 자자했던 교육대였고 겨울이었기 때문에 훈련이 끝났을 때의 제 몰골은 처참했습니다. 안 그래도 마른 편이었는데 살은 더 빠졌고 겨울바람에 이기지 못해 손은 군데군데 찢어지고 피가 났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는 모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저는 그때 아버지의 눈물이 잊어지지가 않습니다. 일이 있은지 수년이 지났고 그 외에도 다른 행복한 순간이 많았을 텐데도 가장 먼저 떠오는 게 신기합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애정 표현이 없으신 아버지에게서 나온 의외의 반응이었고 그렇게 직접적이고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처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3. 나의 요즘 고민은?
제가 궁극적으로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제가 흔히 고민하기로는 정의에 관한 문제와 세상의 이로운 영향력 한 편에 서는 것이며, 학업-진로로 인한 고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고민들은 저에겐 너무 작고 부차적인 것으로 느낍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한 번 고민하고 만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삶은 고민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다반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이 고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요즘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
제 닉네임을 파동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저는 인간의 경험이 마치 파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과학 이야기를 하자면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처음부터 입자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파동이었던 것에 '관측'이 이루어진 결과, 입자가 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경험에도 처음부터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는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찰하고 언어화할 때 비로소 경험 그 자체였던 것이 관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전수되어온 '보편타당한' 관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그 관념들만 바라보도록 되어 있죠. 그런데 사회적 '통념'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의 많은 경험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통념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설명되지 않는 자신의 경험에 혼란을 느끼거나 억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저는 이제는 입자가 아니라 파동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미 '입자화된' 관념에만 집중하며 살았고 매 순간 새롭게 형성되는 파동은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수많은 경험을 무시하고 자신을 통념에 맞추려는 자기에 대한 폭력을 저질러 왔습니다. 저는 이제 '일반적인' 관점에 자신을 가두는 일을 그만두고 저의 고유한 경험을 관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세상이 강요한 가치와 옳고 그름이 아닌 나만의 의미와 가치, 윤리와 도덕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내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파동을 입자화하려는 노력이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가장 나다운 삶을 살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아직 실천에 옮기진 않았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
저는 뭐든 한 분야에 통달해 보고 싶습니다. 직업적인 일이나 취미 같은 거 상관없이요. 돌아보면 저는 대부분 어중간한 상태인 것 같아요. 직업적인 측면은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대부분 취미 활동도 딱 즐길 만큼만 하지 잘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취미 생활이라는 게 잘하는 만큼 즐거운 것 같아요 뭐 이게 친구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즐겁고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잘하는 만큼 그 분야에서 내가 의도한 바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많아지고 정확도도 증가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번째 목표를 드럼으로 정했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갈수록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게 느껴지는데, 언젠가 원하는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저를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저는 되묻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고 싶을 때 그리고 도전하기에 앞서 어떤 마음이 드나요? 마음 깊은 데서 올라오는 그게 무엇인가요? 김빠지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케바케'라고 도전하는 사람의 상황도 모두 다르고, 하고자 하는 도전의 특성도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할 때 일반적으로 가져야 하는 마음보다는 '지금 여기' 놓여있는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상황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혼란스럽고 막막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느끼는 게 뭐지?' 생각하다 보면 해답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 생각해요:)